'전쟁 특수' 뒤에 숨은 26조 유가 짬짜미…검찰, '폭리·증거인멸' 정
'전쟁 특수' 뒤에 숨은 26조 유가 짬짜미…검찰, '폭리·증거인멸' 정유 4사 무더기 기소
국제적 전란의 위기를 틈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부당 폭리를 취해온 국내 4대 정유사가 결국 법단의 심판대를 밟게 됐다. 검찰은 이들의 만성화된 담합 행위가 민생 경제에 입힌 피해 규모가 최대 26조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사진/AI생성 이미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4개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일제히 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행을 주도한 HD현대오일뱅크의 가격결정부서장(구속) 및 법무실장,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등 관련 핵심 임직원 4명도 재판에 넘겼다.
■ "트럼프 만세, 2조 벌 듯"…민생 고통 속 번진 '전쟁 불로소득' 축배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제 정세 유동성을 악용해 치밀하게 전개됐다. 시장 선도업체인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담당자들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공급가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물밑에서 사전 조율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이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 담합 가격을 그대로 추종(의식적 병행행위)하며 국내 유가 폭등을 전방위로 부추겼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정유사 직원들의 내부 메신저 대화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고유가로 신음하는 국민적 고통 뒤에서 이들은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올해 2조 원 벌 듯"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사상 유례없는 '전쟁 특수' 축배를 든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정유사들이 국내에 충분한 양의 원유 재고를 비축하고 있었던 만큼, 국제 유가 급등세에 편승해 국내 판매가격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릴 정당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짚었다. 검찰이 산정한 직접 담합액은 약 14조 2,000억 원이며, 시장 전체에 미친 경쟁 제한 및 유가 왜곡 효과는 무려 2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자영주유소 '족쇄 계약'으로 퇴로 차단…공정위 조사 전 '증거인멸' 꼼수까지 정유사들은 폭리를 유지하기 위해 유통망에 대한 갑질과 사법방해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자영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 주유소들이 타사의 저렴한 석유제품을 단 한 방울도 섞어 팔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았고, 이를 위반할 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등 불이익 구조를 고착화했다.
또한 국가 기관의 감시망을 무력화하려 한 정황도 덜미를 잡혔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일부 고위 임직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습 현장조사 정보를 사전에 은밀히 입수한 뒤, 컴퓨터 자료와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을 조직적으로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조사방해)을 감행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일부 정유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석유제품 실제 공급가격을 고의로 축소 보고해 공적 감시를 교란한 정황을 추가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산업부에 이첩해 긴밀한 공조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적 재난과 위기 상황을 틈타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한 악질적 담합 행위"라며 "독과점 기업들이 법 위에 설 수 없도록, 법정에서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공소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조팀 김 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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