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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26-10-01 (목) 18:55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 명예훼손 처벌 가능성은…핵심은 ‘허위사실 적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 명예훼손 처벌 가능성은…핵심은 ‘허위사실 적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영화화 놓고 역사왜곡 논란…제작진 경찰 고발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 적시’가 핵심…진실한 사실만으로는 성립 안 해
대법원 ‘서울1945’ 판례 주목…픽션 여부·전체 맥락·관객 오인 가능성 종합 판단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형사사건으로 번지면서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인정되거나 반대로 ‘창작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실제 사건을 판단하게 된다면 영화에서 묘사된 내용이 단순한 가설이나 예술적 표현을 넘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제작진이 허위임을 인식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물의 사자명예훼손 여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이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판례가 있어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법리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소재…지난달 23일 개봉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당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는 이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사건의 배후와 당시 정황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논란은 작품 속 일부 인물이 사건 배후와 관련한 가설을 제시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 등이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장면 등이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과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 감독·제작사 대표·작가 등 경찰 고발

논란은 경찰 수사 단계로 넘어갔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와 허진호 감독, 권기준·이지민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전 의원은 영화 제목을 단수인 ‘암살자’가 아니라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정한 점과 작품 속 일부 장면 등을 근거로 문세광 이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처럼 관객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묘사했다는 것이 고발인 측 주장이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다’거나 제작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확정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고발인의 주장과 제작진의 입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주진우 “사자명예훼손 가능”…정치권으로도 논란 확산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영화 내용을 문제 삼으며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주 의원의 법률적·정치적 주장으로, 실제 범죄 성립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는지에 대한 정치·사회적 평가와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검경 전문지 관점①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이어야

이번 사건에서 우선 살펴봐야 할 조항은 형법 제308조 사자명예훼손죄다.

현행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한해 성립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인에 관한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만으로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우선 영화의 어떤 장면이나 대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특정 고인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한 것인지 특정해야 한다.

그다음 해당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제작진이 그 허위성을 인식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 검경 전문지 관점② ‘의혹 제기’와 ‘구체적 사실 적시’ 구별해야

두 번째 쟁점은 영화 속 표현이 형법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느냐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가설을 말하는 것과 특정 인물이 실제 범행을 지시했다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처럼 단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문제가 된 장면만 따로 떼어 판단하기보다 대사와 전후 맥락, 등장인물의 성격, 작품 전체의 구조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객이 해당 장면을 ‘제작진이 객관적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영화 속 인물이 제기하는 하나의 가설이나 허구적 설정으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 대법원 ‘서울1945’ 판례가 중요한 이유

이번 사건과 비교해볼 만한 대표적인 판례가 KBS 대하드라마 ‘서울1945’ 사건이다.

‘서울1945’ 제작진은 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등을 친일파 또는 여운형 암살 배후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이유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2010년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역사드라마라면 무조건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법원은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예술작품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역사드라마에는 역사적 사실 사이의 공백을 작가적 해석과 허구적 묘사로 채우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이번 사건에도 적용될까

‘서울1945’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수사기관이 살펴볼 요소는 비교적 명확해진다.

▲문제가 된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 ▲제작진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은 근거와 자료의 신빙성 ▲작품의 제작 목적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 ▲가상 인물과 허구적 이야기의 비중 ▲실제 역사와 허구가 결합된 방식 ▲문제의 묘사가 어느 정도 영화적 허구로 표현됐는지 ▲통상적인 관객이 이를 실제 역사적 사실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종합적인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첫머리나 말미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허구’라는 취지의 고지가 있다면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그러한 고지 하나만으로 형사책임 여부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실존 인물의 이름과 실제 사건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 ‘허위라고 알았는가’도 수사의 핵심

사자명예훼손죄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제작진의 인식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역사적 사건을 다룬 창작물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적 해석과 허구적 묘사가 불가피할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제작진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작진이 어떤 역사자료와 문헌, 증언 등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했는지, 제작 과정에서 어떤 사실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등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제작진이 문제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확신했는지, 하나의 가설로 제시했는지, 또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허구로 창작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고소 여부도 형사절차의 쟁점

형사절차 측면에서 별도로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형법 제312조는 사자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친고죄는 법률상 고소권자의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최종적으로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죄로 의율된다면 단순히 제3자의 고발이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공소제기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관으로서는 고소권자의 적법한 고소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고발이 접수됐으니 곧바로 사자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단순화하기 어려운 중요한 형사절차상 쟁점이다.

◇ 민사책임은 형사책임과 판단구조 달라

형사처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사상 분쟁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영화로 인해 유족의 인격적 이익이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감정 등이 위법하게 침해됐는지 등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영화에 대해 형사상 사자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표현 방식 등에 따라 민사상 책임이 별도로 다퉈질 가능성은 있다.

◇ ‘그때 그 사람들’ 사건도 단순 비교는 금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싸고도 과거 유족과 제작사 사이에 법적 분쟁이 벌어진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씨는 영화가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제작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상영금지 등을 청구했다.

이 사건 역시 역사적 실존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을 때 표현의 자유와 고인 및 유족의 인격적 이익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다만 당시 민사사건의 사실관계와 이번 형사고발 사건의 적용 법조 및 표현 내용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 사람들’ 사건의 결론을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 경찰 수사의 첫 관문은 ‘어느 장면이 어떤 허위사실인가’

결국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먼저 규명해야 할 부분은 영화 전체가 역사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는 평가가 아니다.

형사수사에서는 고발인이 문제 삼은 영화의 어떤 장면과 대사가 누구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특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어 그 표현이 단순한 의견·평가·가설인지, 사실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인지,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제작진이 허위성을 인식했는지 등을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히 작품 전체의 맥락에서 통상적인 관객이 해당 장면을 영화적 허구로 받아들일지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정으로 받아들일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제작진의 처벌 가능성이 ‘높다’거나 ‘낮다’고 미리 결론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법원이 ‘서울1945’ 판결에서 역사적 창작물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이미 제시한 만큼, 향후 경찰이 ‘암살자(들)’의 개별 장면과 작품 전체의 맥락을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고 사자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적용할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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