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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26-06-01 (월) 00:48
【기자수첩】 불길보다 무서운 것은 한계였다
【기자수첩】

불길보다 무서운 것은 한계였다

터널 화재는 소방관들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 가운데 하나다.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농연이 터널 내부를 뒤덮고, 고열과 유독가스가 가득 찬다. 시야는 사라지고 방향 감각은 무뎌진다. 대원들은 공기호흡기에 의존한 채 보이지 않는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장대터널 화재는 사실상 인간의 체력과 용기에 의존해 대응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숙련된 소방관이라도 산소 부족과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이번 신림봉천터널 실증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인소방로봇은 결코 소방관을 대신하기 위한 장비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구간을 먼저 진입해 대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장비다.

이번 실증에서 로봇은 산소가 부족한 농연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기존 120m에 불과했던 통신거리를 1km 이상으로 확대했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보이지 않는 화점을 정확히 찾아냈다. 무엇보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구간까지 스스로 전진해 초기 진압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재난 대응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첨단 장비를 늘리는 데 의미가 있지 않다. 그 기술이 현장의 생명을 얼마나 더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지가 진정한 가치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터널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형 터널 화재 위험도 상존한다. 과거 해외의 대형 터널 화재 사고들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았던 이유도 폐쇄된 공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이제 화재 현장의 최전선에 새로운 동료가 등장하고 있다.

무인소방로봇은 불길을 향해 가장 먼저 들어가는 또 하나의 소방관이다.

다가오는 7월 최종 실증과 향후 표준작전절차(SOP) 개정을 통해 이 기술이 현장에 정착한다면, 장대터널 화재 대응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

첨단 기술의 목적은 결국 하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방관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이번 신림봉천터널 실증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검경타임즈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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