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 교수/풍수지리학 박사

풍수지리의 최종목적은 명당길지를 찾아 음·양택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도 풍수지사 개인의 견해에 따라 길흉이 상반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시중에 발간된 수많은 책자도 마찬가지이며 풍수지사들마다 자기식대로의 이론으로만 고집한다. 그렇다고 하여 길지(吉地)가 아닌 흉지(凶地)에 묘 터나 집터를 잡아준 풍수지사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다. 이러한 맹점을 이용하여 극소수 일부이기는 하나 금전에 눈이 멀어 자기 스스로 비술(秘術), 도통(道通), 초능력(超能力)운운하면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도인처럼 떠들어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이러한 의견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학문적으론 전혀 근거가 없고 오히려 풍수의 불신임과 더불어 학문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벼이삭도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반대로 빈 깡통이 요란하듯이 얕은 지식인일수록 자기의 무식을 감추려 상대방을 비방하고 어려운 풍수용어들을 써가며 자기가 최고인양 큰 소리로 떠들어 댄다. 풍수지리를 애용하는 모든 국민들은 이러한 술사(術士)들께 현혹되지 말기를 바라며 풍수 학인들께서는 본인의 적덕(積德)을 위해서라도 그러한 술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음택(墓)지에 모셔져있는 넋(魄)은 말이 없다. 말을 할 수 없는 시신이라고 함부로 다룬다면 그 값은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이러한 현상은 양택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선량한 사람들은 집(宅)터를 점지해서 풍수원칙과 이법에 어긋나게 좌향을 잡아준 지사를 원망하기 전에 대부분 자기스스로 박복하다 판단하고 팔자소관으로 돌려버린다. 그렇지만 그 화근이 언젠가는 본인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지어다. 인간이 제 아무리 도통한 경지에 오른다 할지라도 땅속을 꿰뚫어보는 재주는 없는 법, 풍수원칙을 벗어나 나쁜 자리에 묘(墓)를 쓰게 되면 그 후손들만이 아니라 엉터리 혈(穴)자리를 점지해준 풍수지사에게도 반드시 해(害)가 미쳐 험한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빗나간 풍수사상이 한때는 우리사회를 혼란스럽게도 하였으나 진정한 풍수사상을 통해 유교적 교훈인 효(孝)의 의미를 한 번 더 가슴 속에 되새김으로 선량한 사회가 이 땅에 뿌리내려져 국민들의 민족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풍수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고려와 조선시대를 합쳐 약 1천년 동안이나 공인된 학문이었지만 일제시대를 기점으로 그들의 정치적 의도에 휩싸여 잠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전통문화학문이고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에 그 명맥은 계속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다행이 근래 들어서는 국내의 대학에서도 풍수지리전공 정규학과가 생겨나 많은 후학들이 다방면으로 연구 활동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풍수를 현대의 지리학과 자연과학에 접목시켜 미래의 도시공학과 건축공학 그리고 환경 분야에까지 다양하게 적용시켜 인간생활에 이바지하고자 한다.